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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스스로를 믿는 연습을 한 하루

꿀팁을 모아드립니다 2025. 12. 13. 20:28

예린이의 다음 일기

길 위에서 스스로를 믿는 연습을 한 하루

오늘 예린이는 학교에 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도와주고 있을까?” 이 질문은 갑자기 떠오른 것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예린이는 요즘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자습 시간, 교실은 조용했다. 친구들 대부분은 숙제를 확인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예린이는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그 노트에는 요즘 궁금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사람의 몸, 상처가 낫는 과정, 왜 어떤 피부는 쉽게 트고 어떤 피부는 그렇지 않은지 같은 질문들이다. 아직은 정확한 답을 몰랐지만, 질문을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예린이는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앞으로 배울 수 있다는 뜻이라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첫 수업은 국어였다. 오늘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은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셨다. 몇몇 친구들은 여행 이야기나 재미있는 일을 말했지만, 예린이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가 다쳤을 때 옆에 있어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래도 도움이 된 것 같았어요.” 교실은 잠시 조용해졌고,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도 아주 큰 행동이에요.” 예린이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꼭 대단한 일을 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졌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와의 작은 오해가 있었다. 말이 조금 엇갈리면서 서로 기분이 상한 순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 속상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예린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예린이는 잠시 생각한 뒤 친구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까 그 말, 내가 그렇게 말하려던 건 아니었어.”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둘은 금세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예린이는 깨달았다. 용기는 큰 결심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라는 걸.

과학 시간에는 인체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오늘은 피부가 햇빛에 반응하는 과정에 대해 배웠다. 선생님은 자외선 이야기를 하며, 왜 피부를 보호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셨다. 예린이는 공책에 유난히 많은 메모를 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피부가 단순히 겉을 덮는 것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신호라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예린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걸 잘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점심시간에는 혼자 조용히 밥을 먹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예린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옆에 앉았다. 둘은 큰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다. 밥을 다 먹고 나올 때 그 친구가 작게 말했다. “고마워.” 그 한마디는 예린이의 하루를 오래도록 밝게 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건, 생각보다 조용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예린이는 배워가고 있었다.

오후 수업이 끝난 뒤, 상담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은 예린이에게 요즘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예린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사람 몸을 공부하는 게 좋아요. 특히 피부요.” 선생님은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관심이네. 지금은 잘 몰라도 괜찮아. 오래 좋아하는 게 중요해.” 그 말은 예린이에게 허락처럼 느껴졌다. 지금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이었다.

집에 돌아온 예린이는 평소보다 숙제를 빨리 끝냈다. 마음이 복잡하지 않으니 손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숙제를 마친 뒤에는 오늘 배운 과학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예린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물음표를 치고, 나중에 다시 보겠다고 적어두었다. 모든 걸 한 번에 알 필요는 없다고, 오늘의 예린이는 알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예린이는 가족 앞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작은 오해를 풀었던 일, 과학 시간 이야기, 친구에게 들은 고맙다는 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린이는 스스로도 놀랐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었다. 부모님은 예린이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고, 그 눈빛은 말보다 더 큰 응원이 되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예린이는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은 유난히 많은 생각이 떠올라 글이 길어졌다. “오늘 나는 나를 조금 더 믿게 되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부족한 채로도 괜찮다는 걸 알았다.” 예린이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어쩌면 오늘의 가장 큰 배움은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대하는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불을 끄고 누운 예린이는 미래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중학교에서 더 깊은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대학교에서 의학을 배우는 모습. 그 길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하루를 살아낸다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부과 의사가 되어 누군가의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은 여전히 먼 이야기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이미 예린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의 교훈은 분명했다. 나를 믿는 연습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연습은 매일의 작은 선택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예린이는 그 사실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잠에 들었다.

오늘의 일기는 또 하나의 기록이 되었고, 이 기록들은 언젠가 예린이가 힘들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증거가 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자라왔고, 이렇게 선택해 왔다는 증거. 예린이는 아직 길 위에 있지만, 그 길 위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